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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vs세입자…버티기‘貰戰(세전)’에 임대거래 끊긴다
[부동산메이트] 12-02-01 12:23
전세주기 싫은 집주인… 월세가기 숨찬 세입자…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K공인의 이달 수입은 지난주 보증금 4000만원에 월 20만원짜리 거래를 성사시켜 번 수수료 20여만원이 전부다. K공인이 보유한 물건만 10여개에 달하지만 이중 4개는 석달이 넘도록 계약되지 않고 있다. 이 일대 중개업소들은 높은 월세를 받으려는 집주인과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들어가려는 세입자간의 이견으로 거래가 되지 않는 물건을 '미분양'이라 표현했다. K공인 대표는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물건수에 비해 전세입자가 월세입자로 내려가는 비율이 낮아 주인없는 물건이 점점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 연휴가 끝나고 이사철이 다가오며 전ㆍ월세 시장이 극심한 혼란 속에 빠져들었다. 전세 놓기 싫은 집주인과 월세 살기 싫은 세입자간 팽팽한 신경전은 방향타를 잃은 주택시장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단독 주택이 밀집된 강북구와 노원구 일대에는 반년 가까이 세입자를 찾지 못한 가구도 상당수다. 터무니 없게 높은 월세를 요구하는 집주인과 1억원 미만 전셋집만 찾는 수요층간에 생긴 이견 때문이다. 강북구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는 "서로가 전혀 양보하지 않아 구두계약조차 끌어내기 힘들다"며 "전월세시장을 안정화시키는데는 서로간의 눈높이를 조절하는 것도 해법"이라고 언급했다.

이같은 현상은 노원구 외 일반주택이 밀집된 성북구 등에서도 눈에 띈다. 성북구 정릉동에 위치한 J공인 대표는 "흔히 말하는 '전세난민'은 전세만 찾다 포기한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라며 "기존 전세물건은 월세로 전환되고 비교적 높은 월세물건까지 아직 시장에 깔려있는 점을 감안하면 두 집단간의 눈높이 차는 갈수록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세입자를 찾지 못하는 임대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풀이다.

◇"임대사업은 복지사업이 아니다"= "비워놨음 비워놨지, 전세는 안줍니다. 은행이자 받아봐야 티도 안나고 그렇다고 목돈 굴리기도 불안해서요." 성북구 종암동에 거주하는 이종길씨(가명ㆍ59)는 올초 본인 소유 빌라에 거주하던 전세입자 6세대 중 4세대에게 월세 전환을 통보했다. 4세대 모두 계약만료가 2월인데다 더이상은 돈을 굴리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이씨는 내년초 계약이 끝나는 나머지 2세대에게도 월세전환을 통보할 생각이다. 세입자에게는 미안하지만 임대사업이 복지사업도 아니고 더이상 손해보기 싫다는게 이씨의 속내다.

집주인들은 "전세 보증금으로 할 게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세입자들이 원하는대로 1억원짜리 전세를 내놓을 경우 보증금 1억원을 받아 은행(이자 4%)에 넣어놔야 1년뒤 손에 쥐는건 400만원에 불과하다. 물가상승률 4%를 감안하면 수익률은 '0'다. 반면 1억원짜리 전세를 보증금 5000만원에 월 50만원으로 돌릴 경우 월세로 들어오는 수입만 600만원이다. 보증금 5000만원에 대한 은행이자 200만원을 포함하면 총 수익 800만원으로 집주인들 입장에서는 월세가 좋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으로 부동산을 비롯한 투자시장이 불안정한데다 은행이자도 만족을 주지 못해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는 것"이라며 "월세 수익률이 전세보증금 수익률보다 안정적이고 높은 점을 감안하면 월세비중은 매년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세로 탕진하기 싫다"= 올해 대학교 3학년이 된 늦깎이 대학생 차민창씨(30)는 설 연휴동안 고시원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기존에 살던 8000만원짜리 반지하 전세를 계약종료와 동시에 보증금 1000만원, 월 50만원의 월세로 전환하겠다고 집주인의 통보를 들어서다. 차씨는 "전문대 졸업하고 다니던 회사서 모은 돈을 월세로 탕진하기 싫었다"며 "그렇다고 전세가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고시원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세입자들 입장에서는 전세를 월세로 바꾸려는 집주인이 야속하기만 하다. 매달 수십만원에 달하는 월세를 지불하는 부담에다 한 집에서 월세를 올리면 옆 집에서도 덩달아 올리려는 분위기 탓이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가을 이사철이 시작된 9월 전국 평균 월세가격은 전년동월 대비 3.1% 치솟으며 1996년 4월(3.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만 서울시 월세거래량이 전년대비 2배 이상 늘어나는 등 '전세→월세' 전환율이 치솟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월세는 매년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풀이다.

차씨는 "매년 줄어드는 전세물량에 매달 치솟는 월세로 졸업 후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도 내집마련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개인재산을 마음대로 굴리겠다는 집주인을 탓할 수도 없어 속만 끓인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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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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