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최윤아 기자][[강남3구 아파트값 전수조사 해보니…]대형 큰 타격…재건축도 2억대 급락]
#서울 송파구 잠실동 A아파트에 사는 최모씨(52)는 부동산중개업소 앞을 지날 때마다 고개를 돌린다. 하루가 멀다하고 떨어지는 아파트값 때문에 속이 타서다. 최씨가 이 아파트를 산 때는 2010년 1월. "지금이 바닥"이라는 지인의 말에 4억원의 대출을 끼고 매수했다.
하지만 바닥이 아니었다. 매수 당시 17억3000만원에 거래된 이 아파트(전용 150㎡)는 현재 14억∼15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최씨는 "다른 곳은 몰라도 강남아파트가 이렇게까지 떨어질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대출이자를 납입할 때마다 속이 탄다"고 푸념했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르던 '강남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1년새 최고 3억원 이상 시세가 떨어지는 등 웃돈이 붙은 아파트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지난해에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투기과열지구 해제 등 강남 집값을 끌어올릴 만한 이슈가 이어졌지만 오르기는커녕 하락폭만 커졌다.
◇1년새 최고 3억원 떨어진 단지도…"대형아파트 타격 컸다"
머니투데이가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의뢰해 지난 1년간(2011년 1월28일∼2012년 1월27일) 서울 강남3구 아파트 가격추이를 전수조사한 결과 송파구 잠실동 '잠실 레이크팰리스'의 매매가가 1년새 3억원 떨어져 가장 높은 하락폭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사원',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등도 2억∼2억5000만원가량 떨어졌다. 가격하락폭이 큰 상위 5개 단지 가운데 4곳이 전용면적 130㎡ 이상 대형이었다.
금융위기 이후 국내 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수요경향이 소형 위주로 급변하고 상대적으로 투자단위가 큰 대형아파트를 선호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건축아파트도 낙폭이 컸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의 매매가는 1년새 3억원 정도 떨어졌고 '개포주공4단지'와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등은 2억∼2억5000만원가량 하락했다. 하락폭이 큰 재건축단지 상위 5개 중 4곳이 안전진단만 통과한 사업 초기 단계였다.
웃돈이 붙은 단지도 있지만 상승폭은 과거에 비해 초라할 정도다. 강남3구 아파트 가운데 지난 1년간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서초구 서초동 이오빌(전용 45㎡)의 경우 지난해 1월 말 2억2000만원에서 현재 2억5000만원으로 3000만원 정도 올랐다.
강남구 역삼동 대우디오빌, 송파구 석촌동 잠실한솔, 송파구 신천동 잠실파크리오도 2000만∼2500만원 정도 뛰었다. 웃돈이 붙은 상위 5개 단지는 모두 전용 51㎡ 이하 소형이었으며 전체 투자금도 5억원 이하로 강남권에선 단위가 비교적 작은 곳이었다.
◇'강남의 굴욕' 올해도 계속될 듯
전문가들은 이같은 강남3구의 약세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강남3구의 경우 시장분위기에 민감한 재건축단지가 많이 분포한데다 그동안 지나치게 오른 측면도 있어 부동산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라며 "올해까지는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올해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야 정치권 모두 규제완화나 부자감세 등과 같은 시장 호재성 정책보다 '복지'를 앞세운 서민주거에 비중을 둘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집값 약세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분석팀장도 "2월 정기국회나 4월 총선에서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변수가 없기 때문에 올해까지는 강남3구의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윤아기자 nonpasanada@